해당 글은 분해 가이드가 아닙니다. 또한 소형 전자기기 특성상 분해해 보시는 것은 비추천드립니다. 저는 결국 뭔가를 부러뜨렸는지 조립이 되다 말았습니다.
서론이 조금 깁니다. 분해된 사진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문단으로 바로 넘어가주세요.
저는 Nothing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스마트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어보았을 브랜드인 원플러스(OnePlus)의 공동 창업자였던 Carl Pei가 원플러스를 나와 새롭게 시작한 스타트업이 바로 Nothing이었고, 때문에 브랜드 발표 당시 IT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Nothing의 첫 제품은 무선 이어폰인 ear(1)으로, 저는 해당 제품이 무신사를 통해 국내에 정식 발매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꽂혀서 1차 물량은 구매에 실패하고 ㅠ 2차 물량을 구매해 첫 무선 이어폰으로 꽤나 오래 사용했습니다. 작년 7월에 소니 WF-1000XM5로 바꾸기 이전까지 사용했으니, 거의 2년 가까이 사용한 것이죠.
디자인과 착용감은 정말 독보적이고, 성능도 가격 대비 준수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1세대 제품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특히 한쪽 유닛이 계속해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 인내심을 자극했기 때문에 결국엔 소니 제품으로 교체를 결심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덕분에 지금까지도 제 모니터 스탠드 위 공간을 항상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침수된 내 ear(1)
최근에는 통화 녹음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필요해져서 Nothing Phone(2a)를 구매해 메인 스마트폰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도 구매했겠다, Nothing 기기 간 연동성이 궁금해서 ear(1)도 같이 사용해 보려고 가방 맨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저는 이 사실을 깜빡 잊고 비가 펑펑 내리는 날에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제 ear(1) 케이스 내부에 물과 습기가 유입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래 사용하다 보니 생긴 깨짐이나 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로 비가 새서 들어간 듯했는데, 알아서 빠지거나 증발하더라도 얼룩이 보기 좋지 않게 생길 듯했고, 이전에도 내부에 이물질이 자주 들어가서 이 참에 그냥 케이스를 분해하기로 했습니다.
분해 시작
분해는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이미 사용하면서 깨진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로 피크를 사용해 상단 플라스틱과 본체 사이를 분리해 주었습니다. 상단 플라스틱이 어느 정도 분리된 후에는 충전 단자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들어내면 하단 플라스틱이 분리됩니다.
하단 부분 내부가 드러난 모습입니다. 벌집 모양 패턴과 하단에 각인된 인증 문구도 선명하게 잘 보이고, 여기는 아직도 아무런 상처 없는 새 제품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하단 플라스틱에 본체를 고정시키는 작은 핀이 있는데, 제 기기는 여러 번 충격이 갔는지 분해하기 이전에도 부러진 듯한 자국이 보이긴 했지만 워낙 크기 자체가 작아서 아무리 멀쩡했더라도 분리하는 과정에서 거의 무조건 부러질 듯했습니다.
이제 남은 상단 플라스틱을 분리해 줍니다. 충전 핀이 플라스틱을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심 핀과 같은 물건을 사용해서 충전 핀을 안쪽으로 밀고 위로 살살 당겨주면 깔끔하게 분리됩니다. 분리하고 나면 본체의 투명한 파츠는 전부 없어지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내부 디테일이 자세하게 보이기 때문에 또 새로운 느낌이라 한참동안 둘러보았습니다. 저는 무광 마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상태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닛도 한 번 넣어보았는데, 제대로 고정은 안 되지만 케이스를 닫을 수는 있었습니다.
조립 끝
그래도 정말 저 상태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부 물기를 청소한 뒤, 분해한 순서 정반대로 조립해 주었습니다. 얼핏 보면 새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2년 치 스크래치가 가득합니다. 게다가 분해하며 무언가 실수했는지, 이제 상단 플라스틱은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ㅠㅠ)
그래도 작동에는 아직까지 문제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사용하면서 여러가지 느낀 점도 있는데, 음질은 지금 시점에서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WF-1000XM5와 비교하더라도 크게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고, Nothing X 어플리케이션과 Nothing OS가 꾸준히 업데이트되면서 사용성도 상당히 좋아진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말 아쉬운 것은 시간이 지나니 배터리 수명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 언제까지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의미 있는 1세대 제품인 만큼 잘 보관하고 싶었는데.. 언젠가 새 상품으로 다시 구매할 수 있을 날이 오겠죠? 🥲